The Guardian, 2015년 6월 25일




Insomnia, anxiety, break-ups … musicians on the dark side of touring

불면, 불안, 결별음악가들이 말하는 순회 공연의 어두운 면

많은 사람들은 순회 공연을 하는 음악가의 삶이 전 세계를 여행하는 부자들처럼 화려하리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한가로운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영국의 자선단체 Help Musicians UK가 진행한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60%가 넘는 음악가들이 우울증을 비롯한 다른 심리적인 문제를 겪었으며 응답자 중 71%가 순회 공연을 문제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디프의 펑크 밴드 Joanna Gruesome의 보컬 Alanna McArdle은 최근 정신 건강의 이유로 밴드를 탈퇴함을 밝혔다. 그녀가 발표한 성명에서 순회공연이 주는 부담이 하나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Zayn Malik이 수백만 팬의 기대를 저버린 채 One Direction의 아시아 순회 공연에서 빠졌을 당시 (그후 곧 그룹을 탈퇴했다) 한 측근은 타블로이드 지에 “Zayn은 할만큼 했으니까 빠진 것이다. 4년이나 순회 공연을 하면 알게 된다.” 고 말한 적있다.

정신 건강 재단의 Isabella Goldie순회 공연을 하는 음악가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우리가 아는 건강과는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라고 지적한다. “음주를 절제하고 마약에 손대지 않고 잠을 충분히 자고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의 지원을 받는 것이 바로 현실감을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일들입니다. 일부 음악가들이 고통을 겪는 것도 무리가 아니에요.”

순회 공연의 99퍼센트는 공항, 호텔, 한 번에 16시간 가까이 기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미 상 후보에 올랐던 프로듀서 Mat Zo의 말이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몸과 마음이 무너지기 쉽고, 불안한 사람들이라면 호텔 방이 감옥처럼 느껴질 겁니다.”

시라큐스의 펑크 밴드 Perfect PussyMeredith Graves도 이에 동의한다. 그녀는 이렇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운좋은 사람들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들지 않다는 것은 아니에요.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어요. 승합차에 박혀 10시간 동안 달리면 잘 수도 없고 움직일수도 없고 아무것도 못해요. 저한테는 신경 쇠약에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죠.”

많은 음악가들은 성공적인 공연에서 느끼는 희열과 이에 뒤따르는 우울에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 현상은 공연 후 우울’, 혹은 PPD (Post-performance depression) 라고 명명되었다. 정신 건강 전문가 John C Buckner에 의하면 우리 몸은 기분의 급격한 변화를 겪을 때 여러 다른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흥분을 일으키는 만큼의 수준에 못 미치게 되고 슬픈 기분이 이어지게 되지요. 일상 생활에서 이런 생화학 물질이 분비되고 나면 회복 뒤따르게 되고 전형적인 감정 기복으로 나타납니다. PPD의 경우에는 이 과정이 고점은 더 높아지고 저점은 더 낮아지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Goldie도 동의한다. “음악가로 산다는 것은 가장 기쁜 일 중에 하나고 매 공연은 정말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의 희열을 가져다 줄 수도 있어요. 특히 이런 들뜬 상태가 순식간에 사라졌을 때는요.”

순회 공연은 음악가에게 정말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랬어요.” XL Recording 소속이었던 아티스트 Willis Earl Beal은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순회 공연에서 돌아오면 고양이 밥 주는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죠. 당시 제 아내는 지금은 아내가 없습니다. - 12시간 교대근무를 했기 때문에 제가 저녁을 만드는 것 같은 일들을 다 했죠. 제가 자꾸 스스로난 스타인데 이런 대접을 받아선 안돼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긴장이 늘 있었어요. 그런 이유들로 결혼이 끝났죠. 이 망할 경력은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향한 부질없는 노력이에요.”

여러 음악가들이 집에 돌아와서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며, 따라서 개인적인 인간 관계의 단절은 흔한 일이다. 10대 시절에 이미 명성을 얻은 Kate Nash는 그녀의 친구들의 삶과 그녀의 삶의 대조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고 얘기한다. “저는 아직도 부모님 집에 있는 조그만 방에서 살고 있었어요. 친구들은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저는 무언가 굉장히 다른걸 하고 있죠. 정말 신나는 일이긴 하지만 상실감을 느낄 수 있어요. 나이도 어린데 일반적인 길을 밟고 있지 않거든요.”

Zohar도 동의한다. “보다 안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감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관계는 결국 위태로워지기 마련입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엄청나게 다른 고민거리를 갖게 됩니다."

일부의 음악가들에겐 아무리 순회 공연이 스트레스가 심하고 혼란스러운 일일지라도, 고향에서의 일상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순회 공연에 적응하게 되면 보통의 일상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The Vaccines의 싱어 Justin Young이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 몇 차례 공연을 소화하고 최근 귀국했다. “결국엔 살면서 우유를 사러 가게에 가거나 심지어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는 것 같은 일상적인 일로도 채워지지 않는 수많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런 아드레날린을 대체하기란 어려워요."

Nash도 이 같은 감정에 공감한다. “순회 공연 중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요. 루틴이 있어요. 손에 잡힐 듯 바로 앞에 있으니까요. 돌아오면 ‘썅, 뭐가 중요한거지? 어떻게 살고 있는거야?’ 그런 기분이 들어요.”

그렇지만 순회 공연을 통해 탈출구를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일일까? Isabella Goldie는 “순회 공연을 다니는 삶이 굉장히 신날수도 있겠지만, 음악가가 집이라고 부를 만한, 소속감을 느끼는 장소를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라고 말한다.

Help Musician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다수가 도움을 찾는 일에 주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악가는 이렇게 밝혔다. “문제가 되는 이런 일들은 내가 택한 커리어의 일부이기 때문에, 내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도움을 청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Nash는 언제 휴식을 취해야 할 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 아마 과로한 것 같아요.” 그녀가 경력 초기를 돌이켜보며 이야기한다. “엄청 큰 순회 공연에서 돌아와서 이틀 쉬고 다시 나갔어요. 기력이 쇠했죠.”

그렇지만 과연 다프트 펑크 급이 아닌 아티스트가 순회 공연에 나서지 않을 수 있을까? Beal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냥 집에 있으면서 녹음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지만 요새는 그게 음악가들에게 금전적으로 불가능해요.”

잔인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음악 산업계는 과연 음악가들이 겪고있는 이런 중압감을 인식하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어요.” Nash가 말한다. “어릴땐 사람들이 만약 뭘 안하면 경력이 끝난다고 얘기들을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은 연약해요. 우리의 뇌도 연약해요. 견디는 것도 어느 정도까지에요. 슬픈 사실은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거에요. 그럴 때 매니저가 나서서 , 우리 좀 쉬어야겠다.’ 라고 얘기해줄 필요가 있어요."

Nash는 젊은 음악가들이 자신의 경력을 통제하는 데에 있어 인터넷이 긍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관객들은 예술가들을 인간으로 보고, 그렇기 때문에 공연을 취소해도 더 이해해는 것이 아닐까. Nash도 동의한다. “그럴 때 정말 다정하게 대해주는 팬들도 봤어요. ‘가장 중요한건 건강이야, 부디 낫길 바래.’ 이렇게 얘기하면서요.”

예술가의 정신 건강에 대해 예전보다는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Nash 는 덧붙인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많이 죽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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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ghtyearsdream

2015. 7. 27. 22:16 음악

Drenge; 소년들.

 

1.
새벽 세시에 비를 존나 많이 맞으면서 본 이 밴드의 공연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관객은 내 앞쪽으로 얼추 백 명 안쪽이었던 것 같았는데 다들 내일이 없는것 처럼 열광적으로 놀았고, 공연은 정해진 시간을 10분 넘겨서 끝났다. 이런 밴드를 대체 왜 새벽 두시 오십분에, 그렇게 큰 무대에 세운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공연 가기 전에 정규 앨범 두 장을 쭉 들었다. 수록곡은 대부분 3분 내외. 2분이 안되는 곡들도 많다. 느낌은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 첫 앨범은 큰 감흥이 없었고, 두번째 앨범에서 발전과 변화가 느껴졌다. 그래서 어느정도 기대를 갖고 새벽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놈의 비만 안왔어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봤을텐데 ...

첫 곡이 시작되는 순간 앨범이 주지 못한 에너지가 바로 전달됐다. 그리고 어떤음악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짧고,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시끄럽고, 고유한 매력이 있는 멜로디. 모두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소리가 크다는건 내게 굉장히 중요한 미덕이다. 무대로 가는 길이 멀었는데 한밤중이라 그런지 멀리서도 귀에 소리가 바로 꽂혔다. 펜더 기타 (텔레캐스터, 재즈마스터) 와 펜더 앰프 두 개인데 퍼지함이 잘 살아있는 멋진 톤이었다. 낡은 느낌의 코러스 이펙트가 인상적이다. 보컬의 목소리는 기타보다는 얌전하고 조금은 둔하게 느껴지지만 약점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물론 가장 중요한건 곡이다. 2인조로 시작했기 때문인지 블랙 키스에 많이 비교되는데 그렇게 끈적한 블루스 락의 느낌은 아니다. (드렌지는 영국 밴드인데 어쩌면 영국/미국의 블루스 전통 차이일 수도 있겠다.) 오히려 스트레이트하고 거친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 멜로디가 굉장히 참신하거나 파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예상을 살짝 비틀어주는 정도의 재밌는 부분들은 여러 개 있다. 족히 수십년을 이어온 장르와 트리오 편성의 전통을 뒤로하고, 그 제약 안에서 이런 곡들을 쓰는 사람들이 계속 나온다는 사실은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게 한다. 혹은 개러지 락의 미래라거나.

2.

밴드 이름 Drenge는 덴마크어로 소년들이라는 뜻이다. 도그마 영화들 (라스 폰 트리에의 그 도그마) 과 덴마크 문화를 좋아하는데 발음이 더러워서 따왔다고 한다. 원래 스물을 갓 넘긴 형제 둘이 기타-드럼 편성으로 결성했는데 최근 투어에서는 베이시스트와 함께 다닌다. 형제들의 이름은 Eoin, Rory Loveless. 그냥 성씨일 뿐인건 알지만... 좋은 이름이다.

2011년 결성, 2012년부터 슬슬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으로 영국의 노동당 간부 한 명이 보직을 사임하면서 뜬금없이 '쩌는 밴드 보고싶으면 드렌지 추천드림' 하고 적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일화가 있다. 정작 형제들은 유명세를 달가워하지 않고 음악으로 성공하는데는 관심이 없다고 얘기한다. 어쨌든 악틱 멍키스, 블랙 키스에 비교되는 등 언론의 조명과 기대를 많이 받고 있다. 대성해서 한국에 자주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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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ghtyearsdream

2015. 7. 6. 00:29 음악

Health를 듣고



1. 음악이 줄 수 있는 (공격성과 과격함을 동반한) 흥분/자극을 추구함에 있어, 헤비한 톤이나 빠른 속도를 동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앰프 캐비넷을 3*4로 쌓아 올리고 블래스트 비트를 두드리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당연하게도 한계는 찾아온다. 소리가 주는 불쾌함과 흥분의 경계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그 속도는 관습을 따르는 익스트림 메탈보다 전자음악이나 노이즈 음악이 더 빠를 것이다. 그러니까, 헤비함은 목적이 아니며, 유일한 수단도 아니다. 쌓아올린 캐비닛이나 블래스트 비트 같은건 이제 장르의 문법이나 양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1. 그런 의미에서...굳이 억지로 쓸데없이 주관적으로, 비교를 한다면 램 오브 갓보다 아타리 틴에이지 라이엇의 공연이 더 '시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메탈이 단선적으로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니까 의미있는 비교는 아니다. 달리 말하면, 한계에서 계속 달리고 있는 슬레이어는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1-2. 선구자들이 등장해서 장르 자체가 개척되고 있던 1980년대에는 아무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오늘날 익스트림 메탈은 극단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행위 보다 자체의 표현 양식과 미학으로써 더 중요하다.
어쨌든 여러 재능있는 사람들이 힘들게 발전시켜온 메탈은 (이상한 글씨가 박힌 검은 티셔츠를 기꺼이 살 정도로) 충성스러운 팬들을 여럿 거느리고 있지만 씬 바깥에선 툭하면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그 농담들이 너무나 재밌어서 가끔은 안타까울 정도다.

2. 새로운 시대의 파티를 위해서는 속도와 음량의 벡터를 벗어나는 시도가 필요하다. 장르명 (꼭 메탈일 필요는 없고, 댄스나 팝이면 더 좋겠다.) 앞에 '노이즈', '매스Math'나 '실험적 Experimental' 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상한 규칙을 만들거나, 아니면 규칙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아타리 틴에이지 라이엇 보다 딜린저 이스케이프 플랜의 라이브가 더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이상한 박자들이 갖는 파괴력은 벡터로 나타낼 수 없기에 더 효과적이다. 슬레이 벨스와 헬스의 관계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슬레이 벨스는 굉장히 시끄러운 팝이고, 헬스는 조금 이상하게 시끄러운 팝이다. 나는 슬레이 벨스의 라이브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그래서 헬스의 공연을 더 기대하게 된다.

3. 헬스는 신나고 자극적인 노이즈 - 댄스 - 팝 음악을 만드는 정말 좋은 밴드입니다. 결국 이 얘기가 하고싶었는데 대체 나는 왜 메탈 얘기를 이렇게 쓰고 앉아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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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ghtyearsdream

2014. 4. 29. 01:04 음악

music business

 

"The music business is a cruel and shallow money trench, a long plastic hallway where thieves and pimps run free, and good men die like dogs. There’s also a negative side." –  Hunter S. Tho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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