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보고 사진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고대했다. 성곡 미술관에서 마침 전시를 들여왔다. 소감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비비안 마이어가 얼마나 대단한 재능과 집중력과 열정을 가졌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된 사진들과 클립들도 좋았지만 이건 BBC 다큐멘터리 덕이 크다. 말루프의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가 비추지 않은 부분이 많다. 현재 마이어 작품을 가장 많이 가진 이해당사자가 직접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기에 한계가 명확함을 알았다. 물론 아무도 전체를 한번에 조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이어가 유별나게 비밀스런 삶을 살다갔지만, 마이어가 아니라 누구의 인생이라도 그렇다.


비비안 마이어는 한 피사체를 여러번 찍는 일이 드물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사진이 한 번에 찍힌 것이다. 연구자의 표현을 빌면, 놀라운 적중률이다. 대상에 겁 없이 달려들어 찰나를 포착하는 능력. 사진 예술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내가 봐도 그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재능. 교육도 받은 적 없이 10대 시절부터 그렇게 12만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내가 두 편의 다큐멘터리와 사진전과 웹사이트에서 본 사진들이 오백 장이 안될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명암의 대비가 뚜렷하고 구도가 강렬하다. (개인의 영역을 주저하지 않고 침범했기 때문에.) 같은 미술관에서 유명 사진작가인 개리 위노그랜드의 전시도 했는데,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에 비하면 조금 심심해 보일 정도였다.

12만 장. 그 중 그녀 생전에 인화된 사진은 극소수다. 아직도 많은 사진들이 인화되어 정리되는 중이라고 한다. 조용히 살다간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거대하게 느껴지는 경험은 실로 드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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