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6. 00:29 음악

Health를 듣고



1. 음악이 줄 수 있는 (공격성과 과격함을 동반한) 흥분/자극을 추구함에 있어, 헤비한 톤이나 빠른 속도를 동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앰프 캐비넷을 3*4로 쌓아 올리고 블래스트 비트를 두드리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당연하게도 한계는 찾아온다. 소리가 주는 불쾌함과 흥분의 경계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그 속도는 관습을 따르는 익스트림 메탈보다 전자음악이나 노이즈 음악이 더 빠를 것이다. 그러니까, 헤비함은 목적이 아니며, 유일한 수단도 아니다. 쌓아올린 캐비닛이나 블래스트 비트 같은건 이제 장르의 문법이나 양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1. 그런 의미에서...굳이 억지로 쓸데없이 주관적으로, 비교를 한다면 램 오브 갓보다 아타리 틴에이지 라이엇의 공연이 더 '시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메탈이 단선적으로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니까 의미있는 비교는 아니다. 달리 말하면, 한계에서 계속 달리고 있는 슬레이어는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1-2. 선구자들이 등장해서 장르 자체가 개척되고 있던 1980년대에는 아무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오늘날 익스트림 메탈은 극단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행위 보다 자체의 표현 양식과 미학으로써 더 중요하다.
어쨌든 여러 재능있는 사람들이 힘들게 발전시켜온 메탈은 (이상한 글씨가 박힌 검은 티셔츠를 기꺼이 살 정도로) 충성스러운 팬들을 여럿 거느리고 있지만 씬 바깥에선 툭하면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그 농담들이 너무나 재밌어서 가끔은 안타까울 정도다.

2. 새로운 시대의 파티를 위해서는 속도와 음량의 벡터를 벗어나는 시도가 필요하다. 장르명 (꼭 메탈일 필요는 없고, 댄스나 팝이면 더 좋겠다.) 앞에 '노이즈', '매스Math'나 '실험적 Experimental' 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상한 규칙을 만들거나, 아니면 규칙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아타리 틴에이지 라이엇 보다 딜린저 이스케이프 플랜의 라이브가 더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이상한 박자들이 갖는 파괴력은 벡터로 나타낼 수 없기에 더 효과적이다. 슬레이 벨스와 헬스의 관계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슬레이 벨스는 굉장히 시끄러운 팝이고, 헬스는 조금 이상하게 시끄러운 팝이다. 나는 슬레이 벨스의 라이브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그래서 헬스의 공연을 더 기대하게 된다.

3. 헬스는 신나고 자극적인 노이즈 - 댄스 - 팝 음악을 만드는 정말 좋은 밴드입니다. 결국 이 얘기가 하고싶었는데 대체 나는 왜 메탈 얘기를 이렇게 쓰고 앉아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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