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http://www.economist.com/news/briefing/21651220-most-western-economies-sweeten-cost-borrowing-bad-idea-senseless-subsidy

 

저는 빚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 지에 실린 빚에 대한 최근 기사들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제가 결코 할 일이 없고 남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해본 것은 대체로 아닙니다. 건조한 영국식 유머를 좋아해서 이를 살리려고 하다 보니 우리말 문장이 어색합니다가 아니라 번역 실력이 좋지 않습니다. 두 번 이상 고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많은 오역이 존재할 것이므로 비교 및 참고를 위해 원문 링크를 함께 걸어둡니다. 관련 기사가 한두개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분별없는 보조금 A Senseless Subsidy


세계 최악의 경제적 왜곡 현상의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 치열하다. 신흥국의 연료 보조금과 대형 은행들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보증이 유력한 후보들이다. 그렇지만 눈에 덜 띄면서도 더 만연해 있는 왜곡일수록 가장 피해가 큰 법이다. 전 세계가 빚의 수렁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들은 차입 비용을 세금 공제 조항으로 인정해 주어 차입자들이 빚더미를 더 쌓아 올리도록 장려하고 있다.

부채에 대한 세제 혜택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이다.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에 대한 개인소득 공제 혜택은 미국과 많은 유럽 국가들 (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그리고 많은 북유럽 국가들을 포함) 에서 어떤 식으로든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어디서든 기업들은 이자 비용을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할 수 있다. 반면 주주들에게 흘러들어가는 배당 비용과 유보 이익은 대부분의 경우 과세 대상이다.

부채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이런 전 세계적인 관행은 상당부분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이 제도를 처음에 지지했던 사람들은 오늘날과 같은 규모의 부채를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 부채 규모는 현재 GDP 286% 이다.) 영국은 이자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를 1853년에 시작했다. 미국은 1894년 부분적인 공제를 허용했다. 그렇지만 이는 1895년 대법원 판결로 뒤집혔다. 여러 법 개정과 판결과 입법 수정안 등을 통해 1909년부터 1916년까지 이자 공제가 부분적으로 복구되었다. 이는 막대한 부채를 진 철도 산업을 보조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자에 대한 완전 공제는 1918년이 되어서야 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에 시달리던 기업들을 돕기 위해 허용되었다. 주택 담보 대출 이자에 대한 공제는 1913년에 허용되었는데 당시 미국인들 중에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은 극히 적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이 공제 제도는 주택 보급의 확대를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부채에 대한 세금 혜택은 모든 경제에서 시행되고 있고 현행 제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쯤은 역사적인 우연으로 이 혜택은 엄청나게 거대하게 성장했다. 이 규모를 설명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이 혜택을 통해 절감된 세액은 경제 위기 직전 부자 나라들에선 GDP 25%에 육박했다. 2007년 영국과 유로존 국가들은 국방비 보다 세제 혜택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두번째로, 세제 혜택의 가치는 관련된 자산의 가치에 비례한다. 미국에서 이 혜택의 현재 가치 (채무자들이 받을 세제 혜택을 지금의 화폐 가치로 평가한 것) 는 가계가 보유한 주식의 14%, 기업 자산의 11%에 달한다. 이 수치는 장기물 국고채에 붙는 이자 3%와 금융기업 및 합명회사에 발생하는 혜택들을 감안해 보정된 것이다.

세제 왜곡의 규모를 보여주는 세 번째 방법은 채무자들이 어떤 식으로 계산을 하는지를 보는것이다. 백만 달러 규모의 주택 담보 대출에 지불해야 하는 연간 이자 비용은 세제 혜택의 결과 거의 1/4 이상 감소한다. 미국의 대기업들이 보통 부채에 대해 세후 이자비용으로 3% 가량을 지급하는데 자본 비용은 (주주들이 기대하는 연간 수익에 기초하면) 8% 혹은 그 이상이다. 이 차이의 절반 정도는 세제 혜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Colonel Mustard, with a subsidy 보조금을 받는 머스터드 대령


부채 보조금이 금융 위기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여러 나라들의 법인세율이 위기 이전에 낮아졌고, 이는 세제 혜택의 실질적인 효력을 감소시켰다.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은 건전한 경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주택 담보 대출 이자 감면을 받은 것은 대부분 부유층이었으며 채무 불이행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MIT의 Simon Johnson 교수는 전 세계 조세제도에 존재하는 편향이 금융 위기를 악화시키는 데에 일조했을 지도 모른다고 분석한다. 조세 제도 때문에 부채의 전반적인 양이 급증하였고 고통받는 집단들이 생겨났다. 네덜란드는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해 GDP 가치의 2%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했었는데 이는 미국의 두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주택 담보 대출의 양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이는 아직도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많은 리스크를 떠안았다. 기업 담보 차입 매수 (LBO) 와 상업 부동산 투자는 세제 혜택으로 보다 저렴해진 차입에 굉장히 많이 의존했고 결국 큰 손실을 발생시켰다. 미 연준과 유럽 중앙 은행에 의해 시행된 최근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예상되는 은행 시스템 손실의 30~40%가 기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당연히 은행들은 조세 규칙으로 위험한 게임을 벌이며 이를 최대한 이용했다. 발행된 하이브리드증권의 대부분은 조세 징수시에는 부채처럼 취급되지만 허술한 기관 탓에 규제 적용시에는 자산으로 취급되었다. 금융 위기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증권은 손실을 흡수하는 완충 작용을 하지 않았다. 서방의 대형 은행 자본의 약 1/3 가량이 이러한 상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IMF 연구원 Ruud de Mooij는 만일 이 은행들이 자기 자본 확충에 대신 힘을 썼더라면 훨씬 적은 수의 은행들이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기가 남긴 부채 부담은 아직도 대다수 남아있다.

 

I’ll be at your side forever more 영원히 당신 곁에 함께할게요


그렇다고 해서 부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부채는 여러가지 유용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한다. 부채를 통해 돈은 시간과 사회적 경계를 넘어 이동할 수 있다. 현금은 부족하지만 전망이 밝은 기업들은 자금을 모아 내일 갚을 수 있다. 지출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된 부유하거나 검소한 사람은 비용이 수입을 초과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다.

경영자들은 이자를 갚는 한 경영권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부채를 선호한다. 저축인들은 채권 이자가 보통은 장기간에 걸쳐 안전한 소득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대출을 해주거나 채권 보유하기를 선호한다. 만일 채무자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채권자들이 가장 먼저 자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 부채는 여러 복잡한 소득 흐름을 한데 모아 일정하게 만들 수 있다. 한국 조선업체의 현금 흐름에서부터 데이빗 보위의 곡 ‘Space Oddity’의 저작권 수입에 이르기 까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납입 일정을 가진 채권으로 만들어진다.

부채의 규모에 어떤 논리적인 상한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의 빚은 다른 사람의 자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부채의 합은 0으로 떨어져야 한다. 더 많은 채무 계약은 경제적 복잡성 심화의 신호이지, 지급 불능 사태의 전조라고 할 수는 없다. 미 상원의원이었던 대니얼 웹스터는 1834신용은 근대 상업 체계에 필수적인 공기와도 같다. 신용은 노동을 활성화하고 제조업을 촉진하였으며 상업을 모든 바다 너머로 확장시켰다.” 고 기록한 바 있다. 신흥 개발 도상국들은 금융의 발달 (financial deepening) 이 새로운 도로와 공장의 건설 등 중요 시설들을 건설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조언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그러나 어떤 지점을 넘어서면 부채는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각국 중앙 은행의 모임인 국제 결제 은행 (BIS) 은 이 지점이 가계부채와 비 금융 기업 부채가 각각 GDP 85% 95%를 넘어서는 때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 지점들 중 적어도 하나를 이미 넘어섰거나 곧 넘어서게 된다.

과도한 부채는 두 가지 경로로 성장을 저해한다. 선진국에서 새로 발행되는 부채의 대부분은 공장이나 기계류 같은 생산적인 자산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그저 기존에 존재하는 자산들에 대한 청구권을 다시 뒤섞을 뿐이다. 그러나 BIS에 근무했던 Stephen Cecchetti는 이런 부채들이 여전히 대형 금융 산업의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경제의 다른 분야에서 자원을 빨아들이게 된다.

부채가 만들어 내는 취약점들 또한 성장을 저해한다. 경기가 하강하면 고정된 이자 비용 때문에 가계와 기업은 지출을 더 빨리, 많이 줄이거나 채무 불이행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경기 하강에 더욱 민감해 진다. 경제의 중개인에 해당하는 은행들의 채무 상환 능력은 충격에 특히 더 민감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만일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만기가 연장되어야 하는 많은 양의 단기 채무를 지고 있다면 대량 인출 사태에 특히 취약해 지게 된다.

부채의 취약성은 자기 자본이나 주식과 같은 금융 수단과는 대조적인 특성이다. 이자와는 달리,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배당은 사태가 나빠질 경우 불이행 사태를 초래하지 않고 삭감될 수 있다. 자기 자본은 만료되지 않으므로 재투자 될 필요도 없다. 이런 유연성이 가져다 주는 이점들은 2000 ~ 2002년의 주식시장의 닷컴 버블 붕괴에서도 나타났다. 이 때의 손실은 4조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전 세계 은행들이 겪은 2조 달러의 손실보다 크다. 그러나 이때 신용 경색은 발생하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 자기 자본은 휘어지지만 부채는 부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킨지의 분석 결과 선진국에서 자기 자본은 재원 조달의 수단으로서의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반면 2007년에서 2014년까지 비 금융 부문 정부, 가계 그리고 기업 의 부채는 경제 규모 상위 47개국 중 41개국에서 증가했다.

부채의 적정 규모를 정하는 규칙에 가장 가까운 것은 모딜리아니와 밀러의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세금이 없다고 가정할 때) 기업의 자본 구조는 기업의 가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자기 자본, 부채 그리고 기타 금융 수단을 어떤 식으로 나누고 조합해서 재원을 조달하더라도 영업 이익과 위험도는 동일하다. 이 이론에서는 적정 수준의 부채와 자기 자본이 어느 정도일지 상술하지는 않지만, 어느 하나의 금융 수단이 다른 수단에 비해 더 낫다고 간주하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체로 같은 원칙이 가계의 재정에도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채에 의존하는 편향이 더 강하다. 세금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이러한 편향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반영하기도 한다. 저축자들은 부채가 제공하는 고정된 수입의 흐름이 실제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자산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채무자들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해 더 많은 부채로 자산을 추가 매입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Between Debt and the Devil” 의 저자 Adair Turner에 의하면, 조세 제도와 심리학이 만들어 낸 부채에 대한 편향은 금융의 발달을 이끌어 온 세계 경제의 강력한 세력들에 의해 증폭되어 왔다.

우선 세계적 무역 불균형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과 같은 수출국들은 저축 규모를 늘려 해외에 투자한다. 이론상 그들은 자기 자본을 매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외환 보유액을 모두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했더라면 지금쯤 S&P 500 지수의 1/5 가량을 소유하고 기업국가 미국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수출국들은 보다 안전하고 논란이 적은 길, 부채를 택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증권의 해외 소유분 증가의 75% 가량이 부채였고, 대부분이 주택 담보 대출과 기업 채권이었다.

국가들 내부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 또한 부채 선호 경향을 심화시킨다. 부유층은 대부분의 사람들 보다 소비 성향이 낮기 때문에 더 많이 벌수록 더 많이 저축하게 된다. 이 돈은 다시 금융 체계로 재활용 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 상품이 더 많이 생겨난다. 자본이 필요한 사람은 정체된 소득을 가진 저소득층이다. 실제로 저소득층은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이 오직 부채 뿐이다. 어쨌든 한 가계의 지분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집을 담보로 잡은 서브프라임 대출은 안전한 것 처럼 보였다.

마지막 촉매는 금융 산업이다. 금융계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상품들을 개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금융계는 자기 자본보다 부채 생성을 훨씬 선호한다. 부채는 현대 금융을 가능케 한 마법의 재료이다. 위험한 현금 흐름이 누가 봐도 안정적인 수입으로 보이도록 포장되면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가 혹은 기만하기가 - 수월해진다. 차익 거래 (비슷한 자산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는 레버리지를 통해 증폭될 경우에만 수익성이 있다. 서로 다른 만기의 빚을 여러 겹으로 쌓아올리면 위험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방법으로 변환될 수 있다.

금융 산업은 또한 내부에 자체적으로 부채 발행을 장려하는 왜곡된 유인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보증을 받은 은행들은 미국의 경우에는 패니 매와 프레디 맥 같은 주택 공사들도 포함하여 차입 비용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마찬가지었다. 이에 더해 은행 경영진들은 보통 레버리지가 클수록 나아지는 자기 자본 수익률 (ROE) 같은 잘못 고안된 수익 척도에 의거하여 보수를 지급받았다. 이를 종합하면, 부채는 세제 혜택이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If you take a walk, I’ll tax your feet 산책 나가시면 발에 세금을 매기겠습니다.


일부는 그렇지만 전체는 아니다. 그렇다면 만일 이 보조금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혜택은 기업과 주택 구매자들의 행동 방식에 깊이 뿌리박혀 있던 것이기 때문에 이는 혁명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단기에는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보다 장기적인 성과는 막대할 수도 있다.

단기부터 살펴보자.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경감책을 취소하는 방안에 관한 역사적 사례들은 엉망 진창이다. 영국에서 실시한 주택 담보 대출 관련 세제 혜택은 1980년대의 주택 가격 붐에 기여했지만 2000년에 이 제도가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버블의 출현을 막지는 못했다. 매우 복잡한 오늘날의 금융 산업도 혼탁함을 가중시킨다. 그렇지만 보조금이 철회될 경우 초기에는 주택 가격에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분명 있다. 네덜란드가 2012년 주택 담보 대출 보조금을 철회했을 때 주택 가격은 약 1/10이 하락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현재 주택 공급량에 대한 보조금의 가치를 고려할 때 비슷한 수준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직접적인 고통은 상류층이 느끼게 될 것이다. 주택 담보 대출 이자에 대한 세제 혜택 가치의 거의 90% 가량이 연소득 $75,000 이 넘는 가계에 돌아간다. 그렇지만 17%의 가계의 주택 가격이 대출 잔금보다 낮은 상황을 고려하면 낮아진 주택 가격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디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유로존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인세에 관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의 개혁 의지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 가장 완전한 방법은 법인세를 모두 폐지하는 대신 기업에 투자한 개인들이 거두는 투자 수익에만 과세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세 체계의 복잡성을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 조세를 회피하고 로비를 할 유인이 줄어든다. 그렇지만 법인세 감면은 전 세계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체된 상황에서는 정치적으로 해로울 뿐이다.  

두 가지 대안적 접근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부채와 자기 자본을 하향 평준화 시켜서 저울의 평형을 맞추는 방법이다. 주주들에게도 동일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기업이 일정 수준의 수익을 세금 없이 거둘 수 있도록 하는 이 제도는 유럽 일부에서 기업 자기 자본 공제 (allowance for corporate equity, ACE)” 라는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제도만 가지고는 세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것이다. 벨기에는 2006년에 ACE를 도입했는데 법인세 수입이 절반이 되었다. 벨기에는 최근에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공정세라는 명목의 세금을 신설했다.

두 번째는 상향 평준화로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다. 주주의 이익과 마찬가지로 이자도 과세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과세 기준을 크게 넓혀 기본 세율을 낮출 수 있게 한다. 하버드 경영 대학의 Robert Pozen은 만일 기업 이자 비용의 2/3만이 공제된다면 미국 법인세의 기본 세율을 35%에서 25%로 낮추면서도 세입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계산에 따른다면, 이자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를 종료할 경우 법인세율은 15%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 두 가지 방법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다. 만일 기업에서 거둔 세금의 절대량이 변하지 않는다면, 기업 가치 (부채 더하기 자기 자본) 또한 영향받지 않을 것이다. 기업 기저의 현금 흐름과 위험 프로파일은 같을 것이다. 기업들은 그저 부채와 자기 자본의 비율만 재조정 하는 셈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일이 그렇게 순탄치 않을 것이다. ACE 시스템은 총 세액을 감소시킬 것이므로 기업 가치를 신장시킬 수는 있을 지도 모른다. 이자에 세금을 징수하는 대안적 방법은 혼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지만, 비금융 대기업들은 예외다. 만일 이자에 대한 공제가 폐지되고 세율이 낮아져서 세수가 변하지 않는다면, S&P 500의 미국 기업 중 오직 8%와 전 세계 상위 2,000 개의 기업들 중 6%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이익만 1/5 이상 감소할 것이다. (금융 기업은 제외한다.)

그렇지만 공영 시장의 바깥에서는, 이자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수익률이 낮거나 자산의 75% 이상이 부채로 충당된 기업들에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수도, 전기등의 공익 사업자들이나 케이블 TV 회사, 상업 부동산 회사 등이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기업 담보 차입 매수 시도 (LBO) 들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한 기업 투자 펀드의 회장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기업들이 보유한 자사 주식을 팔고 새로 주식을 발행하려고 서두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 전반은 공급 과잉으로 폭락하게 된다.

자에 세금을 매기게 되면 중산층의 일부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작은 기업들은 새로 자본을 충당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농부들은 계절에 따라 불규칙한 수입을 평탄화 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데, 이 마저도 어려워 질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기업 집단을 통제하기 위해 지주회사 제도가 자주 이용되는데, 많은 부채를 지게 되는 지주 회사 구조의 일부 역시 흔들릴 것이다.

금융 산업은 극심한 영향을 받을것이다. 은행이 진 부채에 대한 이자가 세금의 대상이 된다고 가정해 보자. (대신 저축은 제외된다고 하자) 그렇다면 기본 세율은 1/3가량 떨어질 것이다. 세계적 은행인 HSBC의 이윤은 작년에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부채 비용이 거의 영에 가깝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어느 시점에선 중앙 은행들이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만일 HSBC의 부채 비용이 5%로 인상된다면 세제의 변경은 은행 이윤의 1/4가량을 앗아가게 된다. 고객의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세제 개혁도 격렬한 회피 행동을 초래하게 된다. 금융 기업들은 부채를 저축으로 재분류 하려 시도할 것이다. 정부가 법인세와 개인세법을 통합 하지 않는 한 기업들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법적 지위를 변경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만일 이자에 세금이 붙는다면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법인 수준의 세금을 부담하기 보다 개인 수준에서 세금을 내는 합명 회사와 같은 임시적기관으로 탈바꿈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개혁이 전 세계적인 것이 아닌 이상 다국적 기업은 분명히 세제 혜택을 여전히 제공하는 국가들에서 부채를 발행하려고 할 것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 거래의 방대한 체계는 재조직될 것이다.

 

Dismantling the doomsday machine 종말의 기계를 해체하기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개혁이 가져다 주는 이익이 더 막대할 지도 모른다. 이번 세기 들어 급증하고 있는 부채의 증가세가 둔화될 수도 있다. 중립적인 조세제도는 전 세계의 재정 상태가 부채보다 자산 위주로 재조정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채는 마치 코르셋처럼 자연적인 변동을 감추기 때문에 이러한 조정이 더 큰 변동성을 초래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유연성이 강화된 것이다. 금융 체계를 떠받치는 기둥들 대출자, 저축자, 금융 중개기관 은 모두 다르게 작동할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 금융 자산의 4/5가 부채 혹은 예금이다. 이 비율은 주식이 더 많이 발행되고 새로운 자기 자본 상품이 발명되면 바뀌게 될 것이다. 3의 투자자나 대출 기관이 가격 변동 위험을 공유하는 자기 자본에 연계된 주택 담보 대출로 많은 실험이 이루어 질 것이다. 백악관의 경제 자문 위원회 의장인 Jason Furman은 오늘날 이런 상품들이 조세 체계에 의해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주택의 자기 자본에 투자하고 자사 주식을 판매하는 지주地主 회사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저축자들 사이에선 자기 자본이 새로이 유행할 것이다. 현재 연금 및 보험 기금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안전한부채를 끌어안으라고 꼬드기는 규제 기관들 덕에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새로운 체계 하에서, 저축자들은 우선 가격이 변동하는 자기 자본 상품을 소유하는 것에 익숙해 져야 할 것이다.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금이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를 대체할 것이다. 이러한 소득은 경기 하강시에는 감소할 수 있다.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미국의 배당금은 1/5가량 감소했다. 이는 금융 위기를 예방할 수는 있으나, 투자 소득으로 생활하는 연금 생활자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대출자들 역시 행동 방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낮은 주택 가격은 젊은 세대와 빈곤층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주택 담보 대출을 받기는 더 어려워 질 지 모른다. 월세가 하나의 대안이다. 주택 소유에 관한 20세기적인 집착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제 삼자가 주택에 대한 지분을 갖게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주식을 더 많이 발행할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은 거의 없다. 자기 자본에 보다 중점을 둔 문화는 신생 기업들이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이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 투자가 Marc Andreessen이 세제 개혁을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금융계는 앞으로 저축자와 기업과 가계 사이의 자기 자본 계약을 주관하는 쪽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이 강세인 미국에서는 뮤추얼 펀드가 부채가 아니라 주식을 구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기 때문에 이는 훨씬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는 은행들이 대부분의 저축을 대출로 순환시키기 때문에 보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세계의 은행들은 그 규모가 축소될 것이다.

조세 제도의 편향을 개혁하는 것은 공공 캠페인의 소재는 아니다. 굉장히 복잡하고 세부적인 조항들로 계약들이 방대하게 얽혀있고, 이는 거대한 기득권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미국이 1992년에 이 아이디어를 고려한 적 있고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에서는 몇몇 세법 개정을 제외하면 개혁은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이 바로 변화를 위한 최적기 일지도 모른다. 이자율은 낮고, 이윤은 높으며 주택 가격은 안정적이다. 이자율이 최저점보다 올라가면 이자 비용이 상승할 것이고 왜곡의 크기는 더 커질 것이다. 선진국들이 부채에 대해 지급하는 막대한 양의 세금 혜택은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부채의 광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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